(부경일보) 박찬제 기자=부산 동래구 복천동에 위치한 복천박물관. 1996년에 개관해 23년여 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69년 발견된 복천동 고분군의 유물들을 발굴해 건립된 복천박물관은 부산에서 유일무이한 가야문화를 담은 역사박물관이다. 경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 경성대학 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아 부산대학교 고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이해련 관장. 대학교 3학년 때 고고학을 처음 접해 지금의 위치까지 왔다. 선생님들이 토기 조각 하나로 ‘맞다’,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 신기해 잠깐 공부해 보자고 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올해 복천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한 그가 생각하는 복천박물관과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듣기 위해 복천박물관을 찾았다.

복천박물관은 어떤 박물관인지?

가야시대 무덤인 '복천동 고분군'(사적 제273호)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고고학전문박물관이다. 1980년대 시작된 부산 동래구 복천동 50번지 일대 정화 사업의 결과, 박물관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1992년 1996년 10월 5일착공해 4년 만인 개관했다.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의 박물관이며 제1·2 상설전시실과 야외 전시관, 기획전시실, 자료실 등을 갖추고 있다.

복천박물관만의 전시품, 혹은 복천박물관의 애장품이 있다면?

우리 박물관의 전시품은 복천동 고분군 출토 유물들이 중심이다. 시민들에게 ‘가야’라고 하면 어떤 것이 생각이 되는지 물어 보면 철이라고 하지 않을까. 복천동 고분군에서도 철기들이 많이 출토됐다. 그 중 갑옷은 단일고분군에서 가장 많이 출토됐다. 또 한 고분군에서 출토유물 4점이 보물로 지정된 것은 복천동 고분군이 유일할 것이다. 말머리뿔잔 (보물 제598호, 1975.5.16. 지정), 금동관(보물 지1922호, 2016.11.16. 지정), 청동 칠두령(보물 1919호, 2019.3.6. 지정), 철제갑옷 일괄(보물 제 2020호, 2019.3.6. 지정)입니다. 말머리뿔잔은 동아대학교 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동관은 국립김해박물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복천박물관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과거와 현재의 문화유산을 수집해 정리, 보관하고 연구해서 결과물을 전시나 교육을 통해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박물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우리박물관은 복천동고분군(사적 제273호)에서 출토된 자료를 중심으로 가야권 및 일본을 포함한 인접 국가들의 유물과 비교 전시, 다양한 사회교육을 통해 역사 교육을 하는 곳이다. 상설전시, 특별기획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시민강좌를 하고 있으며, 동시에 미래 세대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복천동 고분군 발굴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에 맞춰 제12기 고고학시민강좌를 '복천동고분 유물과 발굴 50년’이란 주제로 5월 14일부터 6월1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5월부터 7월까지는 50주년 발굴기념 사진전을, 9월부터는 ‘복천동 고분군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발견된 유물들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관장님이 생각하는 가야문화의 특색과 매력은?

대개의 사람들은 가야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철기문화 일 것이다. 복천동 고분군에서는 갑옷을 비롯한 철기 유물들이 많이 출토됐다. 복천동고분군 사람들은 이러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과 교류하면서 가야는 새로운 문화를 수용해서 발전시켜 나갔다고 생각한다. 가야유적에서는 여러 지역과 교류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교류는 주로 해상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는데, 해상교류를 통한 문화의 특징이 활동성과 포용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특징들이 지금 부산시민들의 특징으로 잘 남아 있는 것 같다.

가야문화는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이지만 삼국시대나 조선시대 등에 비해 관심이 적었다, 그 때문에 박물관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지?

박물관이 생긴지 20여년이 지났지만 박물관의 전시환경이라던가 시설환경들은 제자리다. 행정여건의 변화로 박물관의 규모와 예산, 인력의 축소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 문화시설 등은 더 좋아지고 발전해서 시민들이 풍요롭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또 유적지 내 박물관의 효시였던 우리박물관의 축소를 보는 것은 안타깝다. 지금은 국정과제인 '가야문화연구·조사 사업’으로 가야사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 이런데 힘입어 박물관의 전시환경개선과 체험교육관 설치 등을 위해 우리박물관과 시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어 주신다면 시민과 함께하는 더 나은 가야사전문박물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물관 운영방침이나 철학, 가치관이 있다면?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박물관도 기본적으로 박물관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 우리가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을 잘 관리해 그것을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예전에 부산박물관 전시팀장으로 있을 때 ‘터키문명전’을 한 적이 있다. 1인당 1만원의 입장료를 받았었다. 상당히 충격을 받은 일이, 지나가던 대학생 4명이 '저 돈 1만원이면 우리 4명이 소주를 마실 수 있는데······.’라며 지나간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왜 미국, 유럽 등지에서 1980년대부터 박물관이 어린이 교육에 힘을 쏟는지 깨달았다. 부산에도 어린이 박물관이 반드시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아직은 어린이 박물관이 없으며, 각 박물관에서 다양하게 어린이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어린이 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과제인 것 같다. 박물관은 교육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놀이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픈 말

부산은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사람들이 살아 온 지역이다. 그만큼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또 부산은 역사의 고비마다 큰 역할을 했고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런 부산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 공부해서 부산 사람, 부산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6.25 때 피난민들이 거처가 없을 때 그들에게 방 한 칸 흔쾌히 내주고 포용해준 게 부산사람들이다. 지금도 간간히 당시 피난민들이 부산에 와서 감사인사를 하고 가기도 한다. 부산사람들의 포용력과 역동성의 원류가 되는 복천박물관도 찾아 가야인들을 만나시기 바란다.

박찬제 기자  a4768159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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