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미 언덕집 대표

(부경일보) 황현주 기자 = 6월 초여름. 이열치열(以熱治熱)의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얼음이 든 시원한 음식으로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는 것도 좋지만, 굵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뜨거운 뚝배기에 담겨져 나오는 탕(湯) 한 그릇은 여름을 더욱 건강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다.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는 즉시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마지막 국물까지 훌훌 털어마셨을 때의 ‘건강’이 느껴질 것이다.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위치한 보신탕 전문점 ‘언덕집’은 40여년의 세월 속에서 변치 않은 늘 한 결 같은 맛으로 부산의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기(陽氣)를 돋아주는 보신탕 한 그릇

보신탕의 주재료는 ‘개고기’다. 개고기는 먼 옛날 동양권에서는 집을 보호하고, 잡아먹기 위한 수단으로 사육을 했던 동물이다. 개고기를 주재료로 한 음식 중 ‘육개장’은 말 그대로 ‘개고기로 만든 국’이라는 뜻이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에는 개고기의 효능을 자세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개고기의 성질은 따뜻하며 짠맛과 신맛을 내며,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또한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일으켜 음경이 서게 하고 기력을 증진시킨다. 오로칠상(五勞七傷, 심한 노동이나 지나치게 감정을 상함)등 몸이 상했을 때 몸을 보하며, 혈맥을 잘 통하게 한다. 누렁이 개고기가 가장 좋고 검둥이가 중간, 흰 개가 그 다음이다. 누렁이 개는 여자에게 좋고, 검둥이 개는 남자에게 좋다. 그러나 개고기는 열을 내는 따뜻한 성질을 가졌으므로 열이 많은 사람은 섭취를 금하고, 특히 마늘과는 상극이다.

어머니에서 딸과 아들에게로…

1971년 문을 연 언덕집은 현재 감전동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처음 문을 연 곳은 현재 창업주의 딸이 운영하고 있으며, 본점은 아들인 김종욱·이선미 대표 내외가 운영하고 있다.

언덕집 메뉴는 ‘요리’와 ‘식사’ 2가지로 나뉘는데 요리는 수육(大·中·小), 찜. 식사는 전골, 수백, 특탕, 보신탕, 삼계탕 등 5가지로 구성돼 있다. 주 메뉴가 개고기지만, 몸보신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삼계탕 역시 잘 나가는 메뉴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이 대표는 “탕 한 개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10여 가지 정도 됩니다. 고기는 주로 전남과 함안 등에서 예전부터 거래하던 곳에서 납품받고 있고, 채소류는 새벽시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직접 가져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언덕집이 위치한 감전동은 이전 사상공단이 있던 자리고 보니 공장이나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저녁에는 배고픔을 달랠 겸 소주 한 잔으로 하루 일과를 기분 좋게 정리하려는 사람들로 곧 채워지고 있었다. 또 근처 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들도 많이 찾는 듯 했다. 환자복을 입은 채로 식당 안으로 들어온 한 남성은 “탕 한 그릇 포장해 달라”며 이 대표에게 돈을 내밀었다.

언덕집의 상차림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여느 업소들처럼 김치, 양파, 고추, 부추김치 등 곁들어 먹을 수 있는 채소는 기본으로 제공되고, 개껍질 몇 점을 맛보기로 제공했다.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진 개껍질은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움을 자랑하고 있었고, 소금과 후추로 찍어먹는 개껍질은 잡내가 나지 않고 고소했다. 이어 언덕집에서 직접 양념을 한 부추김치와 또 맛을 보니 알싸한 부추 맛이 개껍질의 고소함과 잘 어우러졌다.

메인메뉴인 탕은 얼큰하면서도 시원했다. 탕 속에서 양념이 베인 개고기 한 점은 하루의 피로 뿐만 아니라 일 년의 피로까지 씻어주는 것 같았다. 왜 이것을 두고 ‘보신’이라는 글자가 붙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밥에 만 뜨거운 탕 한 숟가락과 새콤하게 맛이 베인 김치 한 조각을 동시에 씹으면 밥과 국물, 김치의 시원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언덕집에는 ‘보신’을 전문으로 하는 만큼, 삼계탕 역시 언덕집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였다. 항간에 소문에 의하면 개고기를 끓이는 솥에 닭도 함께 삶는다는 속설이 있다. 이 소문과 관련해 이 대표는 손사래를 치며 “큰일날 말이에요. 그런 소문은 믿지 마세요. 다른 곳은 몰라도 우리 업소는 절대로 개와 닭을 한 솥에 넣어 조리를 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삼계탕과 보신탕은 따로 조리를 하고 있다. 두 개가 한 솥에서 조리가 되면 맛과 향이 달라 먹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이 대표는 강하게 말했다.

뜨거운 뚝배기에서 펄펄 끓어지고 있는 삼계탕은 처음에는 한 숟가락 떠먹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대표의 말대로 삼계탕 특유의 인삼과 대추 냄새가 건강하게 전달되고 있었고, 간을 하지 않은 국물은 속을 채운 찹쌀 덕분에 구수했다. 뽀얀 윤기를 자랑하는 닭고기는 야들하고, 특히 양념한 부추김치와 함께 먹으니 개운한 뒷맛을 선사했다.

맛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건강까지 곁들여 먹는 음식은 신중해야 한다. 그것이 한 그릇의 보약이 될 수도, 한 그릇의 독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40여년의 전통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업소 메뉴들이 비록 대중적이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한 그릇, 한 그릇 시간과 정성을 다해 손님께 드립니다. 오셔서 잘 먹고 간다는 그 말 한 마디가 저희에게는 또다른 ‘보신’입니다”라는 말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황현주 기자  hhj25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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