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부산을 맛보다

(부산=부경뉴스) 김다정 기자 부산에서 찍은 영화에서는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풍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영화사에서도 부산은 ‘영화 찍기 참 좋은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속 등장하는 맛집들을 한곳에 모아 맛깔스럽게 만나봤다.

‘변호인’의 고시생 시절을 어루만져준 영혼의 국밥집 ‘할매국밥’

영화 '변호인' 포스터 ⓒ네이버 영화

가장 맛있는 음식은 가장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이 아닐까. 가난한 고시생들의 보금자리가 돼준 부산시 동구 범일동의 ‘할매국밥’은 1950년에 개업하였다. 현재까지 60년 넘게 2대째 대를 이어 영업중인 할매국밥의 국밥은 매일 아침 직접 손으로 만들어 더욱 정성이 가득하다.

▲ TV에 방영된 할매국밥의 돼지국밥. ⓒtvN

구수한 육수가 일품인 국밥의 매력은 역시 그 푸짐함에 있다. 할매국밥은 국밥을 찾는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것처럼 푸짐한 양과 맛을 동시에 자랑한다. 특히 순대국밥의 소가 꽉 찬 탱글탱글한 순대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올 만큼 탐스럽다.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할매국밥은 지금도 일상에 지친 배고픔을 보듬어준다.

‘퍼펙트게임’의 선수들을 배불리 먹인 ‘꼬리집’

▲영화 '퍼펙트게임' 포스터 ⓒ네이버영화

사상 괘법동에 위치한 ‘꼬리집’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연탄불 고기집 중에서도 가장 1980년대 다운 분위기를 풍긴다. ‘꼬리집’의 벽면에는 ‘퍼펙트게임’의 한 장면과 배우들의 사진들이 멋스럽지는 않지만 투박한 멋이 물씬 풍기는 모양새로 장식돼있다.

▲ 퍼펙트 게임의 영화장면을 붙여놓은 벽면 ⓒ7luckhouse.com

‘꼬리집’의 상차림은 복잡하지 않다. 몇가지 채소류와 콩나물 국물, 특별한 소스가 전부다. 다른 부위에 비해 움직임이 많아 쫄깃함이 일품인 돼지꼬리 부위를 씹을 때의 맛까지 고려하여 충분히 숙성까지 거친 뒤에야 상에 올린다. 오히려 소박한 상차림이 약간의 오돌뼈만 남기고 뼈를 발라낸 꼬리의 독특한 식감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역할을 한다는 느낌이다.

고기만 단독으로 판매하지 않고, 반드시 술을 시켜야 하는 ‘꼬리집’의 재미있는 불문율은 사실 고기만 판매해서는 남는 이윤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신 그 어딜 가도 만날 수 없을 푸짐한 고기와, 밥 대신 나오는 느끼한 입맛을 정리해주는 된장라면은 식사 전체를 멋스럽게 마무리한다.

▲ 꼬리집의 한상차림. ⓒ7luckhouse.com

사상 괘법동은 예로부터 서부시외버스터미널이 위치하여 유동인구가 많다. ‘꼬리집’은 여로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휴식과 기쁨을 전하는 따뜻하고 맛있는 한끼 음식과 그 정을 맛볼 수 있는 푸근한 식당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다.

‘올드보이’가 그 오랜 시간동안 만두를 먹을 수 있었던 이유, ‘장성향’

영화 '올드보이' 포스터 ⓒ네이버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무려 15년간이나 먹었던 그 만두는 초량동 상해거리에 위치한 ‘장성향’표 만두이다. 일반 군만두보다 보다 큰 크기를 자랑하는 ‘장성향’의 만두는 금방 튀겨 바삭바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정말 맛있는 ‘야끼만두’의 그 맛이다.

▲ '장성향'의 바로 그 만두. ⓒ뉴시스

만두 외 다른 메뉴들도 ‘장성향’만의 개성있는 맛을 보여준다. 순살닭튀김이라는 말이 어울릴만큼 큼직한 닭고기를 튀겨낸 깐풍기와 조미료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으로 풍미를 더한 탕수육 등은 군만두 외에도 ‘장성향’을 기억하게 할 메뉴다.

▲ 초량동 상해거리에 위치한 '장성향' 전경 ⓒ한국관광공사

음식점을 하던 아버지에게 요리를 배우며 종업원 생활을 하던 화교 2세 왕길미씨가 1992년 중화 요리 요리점 ‘용원(현 장춘방)’을 인수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 ‘장성향’. 아침마다 직접 빚는 만두는 그 유명세만큼 가게의 영업시간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매진되는 일도 많다고 한다.

‘장성향’이 위치한 초량동의 상해거리는 부산이라는 도시만의 분위기와 화교들이 가꿔놓은 독특한 향취가 얽혀 이루는 그만의 미장센을 갖고 있다. 덕분에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 뿐 아니라 영화감독에게도 매력적인 장소로 손꼽힌다. 상해거리를 포함한 차이나타운에선 매년 5월, 중국 전통 의상을 갖춘 행렬의 길놀이로 시작되는 차이나타운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신세계’의 한 장면을 장식한, 정통 부산 짜장면을 맛볼 수 있는 ‘화국반점’

▲ 영화 '신세계' 포스터 ⓒ네이버영화

부산 짜장면은 그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간짜장을 시키면 위에 달걀 프라이를 얹어준다는 것이다. 별것 아닌 특징 같지만, 달걀프라이와 간짜장의 조합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든 대단한 궁합을 보여준다.

갓 볶아 불향이 그득히 배어있는 소스를 쫄깃한 면에 쏟아 반숙한 달걀 프라이와 함께 내놓는 중앙동에 위치한 ‘화국반점’. 아직 ‘보영반점’이라는 이름을 쓰던 1960년대에 부산의 3대 반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던 맛의 영광을 현재에도 이어가고 있다. 2대에 걸쳐 40년간 운영해온 ‘화국반점’은 영화 ‘신세계’뿐 아니라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한 장면을 차지하고 있다.

영화 ‘친구’ 속의 친구들의 새로운 운명의 시작을 열어준 곱창집 ‘칠성식당’

‘칠성식당’이 위치한 문현동은 곱창요리점이 밀집돼 ‘곱창거리’라고도 불린다. 그 식당들 중에서도 영화 <친구>의 촬영장소라는 문구가 크게 쓰인 간판을 내건 ‘칠성식당’은 단연 한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칠성식당’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있는 양념은 별도로 반찬과 함께 또 제공되기 때문에, 모자랄 염려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문현동 곱창골목 다른 가게들처럼, 이곳 역시 가게 주인이 직접 테이블에서 초벌구이를 하여 연탄분의 열기로 노릇노릇하게 더욱 맛있다.

일제 감정기, 문현동 일대에 형성된 도축장과 가축 시장을 시발점으로 현재 15여개의 가게가 모여 형성된 곱창골목에서도 단연 빛나는 ‘칠성식당’. 영화 ‘친구’에서 나왔던 그 때 그모습 그대로 보존하여 24시간 영업중인 ‘칠성식당’은 오늘도 사람들의 진한 담소가 오간다.

김다정 기자 dajaung1@gmail.com

트윗하기

김다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