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일보) 김다정 기자 = 이어령 교수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만날 수 있는 일본인들의 미니멀리즘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문화가 아니다.

현대사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좁은 공간과 짧은 시간 등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익숙해질 것을 요구한다. 우리들의 삶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들이 쉬는 공간은 단순해지길 바란다. 일본인들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돌아보며, 우리의 삶에 적용시킬 또 다른 지혜를 탐구해보자.

일본식 미니멀리즘 1 : ‘소유하지 않을수록 많이 소유할 수 있는 그 무엇’

세계 여러 언론사에서 일본식 미니멀리즘에 새로이 주목하는 이유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여유’에 목말라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소유할수록 신경써야 할 문제가 많아짐은 당연하다. 끊임없이 소유하기 위해 애쓰는 삶의 뒤편엔 쉴 공간 한 뼘도 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지친 얼굴이 있기 마련이다. ‘소유하지 않는 것’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사는 모든 장소를 가장 자기 자신의 자연스러운 얼굴을 마주하고, 스스로가 진정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가 방을 정돈하고 있다. ⓒBBC

  ▲ 근심은 '번잡함'에서, 피로는 '소유'에서 오는 법이다. ⓒBBC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저자는 과감하게 ‘물건을 버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작은 물건을 사용하고, 좁은 공간을 알뜰히 활용하는 것에만 머무르는 사상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지혜, 다시말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미니멀리즘의 중심 사상이다.

일본식 미니멀리즘2 : 구획하고 분리하기

일본의 일상 식생활은 참 간단하다. 두어번 집어먹으면 바닥이 드러날 적은 양의 반찬들을 색상을 맞춰 담아 미소된장국과 밥을 상에 올린 것이 전부이다. 반찬 하나하나에 여유가 넘치는 한국이나 중국과는 다르다.

▲ 일본식 식사는 그들만의 미니멀리즘이 듬뿍 묻어난다. ⓒ.news.com.au

남길 여지라곤 없이 전부 먹을 수 있도록 짤막한 단막극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드라마처럼 꾸린 일본식 식문화는 한국에서도 ‘도시락’이라는 이름으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나하나가 적게 담겨 있지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 일본식 도시락은 철저한 구획과 분리의 정신이 깃든 일본의 산물이다.

패스트푸드를 먹었을 때와 달리 도시락을 먹었을 때엔 좀 더 온전한 식사를 한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도 이와 같은 계산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색상과 질감의 반찬이 담긴 도시락을 보노라면, 마치 한상을 차려 먹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아직도 집을 살 때에 ‘다다미 몇장 크기’라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다다미를 따라 공간을 구분해 집 안에 작은 사당을 꾸미고, 귀여운 정원을 만드는 일본인들은 이처럼 참 정리와 계획을 좋아한다. 원룸에 살아도 아기자기한 공간을 가꾸려고 애쓰는 이런 본능은, 어찌 보면 ‘비우는 것’과는 상반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묘하게도 일본인은 이 두 가지를 잘 조화시켜 일본인만의 색깔을 만들어간다.

일본식 미니멀리즘 3 : 기호화하기

작은 공간도 놓치지 않고 작은 세계를 가꿔 놓는 그들이지만 번잡스럽지 않고 말끔해 보이는 이유는 끊임없이 ‘기호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모래를 쓸어 물결의 모양을 흉내 낸 일본의 ‘모래정원’처럼, 그들은 세상 모든 것을 일본화하는 재능이 있다.

▲ 일본의 모래정원에서 모티프를 얻은 미니 정원 디스플레이 작품 ⓒdesign.co.kr

집 마당에서 바닷가 섬에 몰아치는 파도와 물결을 감상하고 싶다면 그것을 모래를 이용해 흉내 내어 나름의 정취를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발상은 참으로 기묘하다. 가질 수 없다는 절망 대신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나름의 아름다움을 창출하는 재능은 가메쿠라 유사쿠와 같은 위대한 디자이너를 탄생시키는 기반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짧은 시간 속에서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일본식 미니멀리즘은 좀 더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훌륭한 아이디어다. 지금 당장 스스로가 떠안고 있는 문제를 돌아보자.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돌아보자.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통찰해보자.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에 집중할 때 자연스럽게 우리는 미니멀리스트가 된다.

김다정 기자  dajaung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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