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名家] 맑은 국물의 정수(淨水), 토성동 ‘신창국밥’ 

(부경일보) 김은영 기자

돼지국밥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서면, 사상, 초량 등 여러 군데 돼지국밥골목이 따로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돼지국밥집이 이렇듯 혼재하면서 생기는 맛의 경연은 자연스레 ‘원조(元祖)’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 토성동에 위치한 신창국밥(대표 서혜자)은 반세기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을 대표하는 원조 돼지국밥집이다. 1969년 간판도 없이 국제시장 주변에서 장사를 시작한 서 사장은 ‘맛’ 하나로 올곧게 국밥집을 경영하고 있다. 

남편의 몇 번의 사업실패 뒤, 큰 아들의 돼지저금통을 깨 2-3개 테이블만 놓고 시작한 국밥장사였지만 서 대표의 음식철학은 여태껏 한결같다. 돼지뼈와 앞다리를 24시간 폭 고운 맑은 국물은 ‘신창국밥’의 트레이드 마크, 순대와 내장, 머리고기, 목살 등을 우려낸 국물에 전통 방식으로 토렴을 해서 준다. 기름기를 걷어낸 맑은 국물은 목 넘김이 시원하기까지 하다, 상에는 부추와 새우젓, 김치, 풋고추 등이 나오는데 어느 하나 손가지 않는 게 없다. 특히 김치가 시원하니 계속 손이 간다. 

오랫동안 국물을 우려내야하는 일이기에 때론 대충 할 법도 하지만 서 대표는 ‘처음 그대로 맛’을 지키기 위해 몸의 고단함도 무릎 선다. 그 때문인지 신창국밥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몇 십년 단골이 부지기수다. 2012년에는 부산시가 지정하는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받아 외지에서 일부러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신창국밥이 자랑하는 또 다른 별미는 수제순대다. 아침 6시면 어김없이 가게에서 일을 시작하는 서혜자 대표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재료 손질부터 찧는 일까지 일일이 챙기며 오는 분들에게 수제순대를 대접하고 있다. 숙주나물, 두부, 파 등 17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순대의 속을 만들고 찧는 일만도 5시간이 걸려 훌쩍 11시가 되어야 장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런 힘든 일임에도 자신의 뒤를 이어주는 자녀들이 고맙기만 하다.

“처음 시작하면서 손님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나 두려웠는지,... 지금도 그 맛을 지키려 아침마다 팔을 걷어 부치고 나옵니다.” 

흔해서 맛이 없는 것이 아니다. 흔해도 귀한 음식이 있다. '신창국밥'은 그런 집이다.

문의/안내 : 051-244-1112 
대표메뉴 : 국밥 6,000, 따로국밥 7,500, 수육밥 9,000,  수육 (소)18,000 (대)30,000
영업시간 : 10:00 ~ 22:00         
쉬는날 : 매주 일요일
좌석수 : 90석 (의자 40석, 온돌 50석)
위치 : 부산광역시 서구 토성동1가 4-1

김은영 기자  bknews7903@naver.com

<저작권자 © 부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